서울 영등포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하는 30대 사장 김모씨는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으로 주문을 받을 때마다 판매액의 3분의 1 정도를 수수료로 낸다. 1만5000원짜리 주문을 받으면 배달앱 중개 수수료로 2300원, 별도의 배달비로 2900원을 내는 것이다. 그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올려 버티고 있다”고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유통 비용의 거품을 걷어내고 물가를 낮춘다고 여겨졌던 온라인 플랫폼들이 거꾸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달·택시·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들은 설립 초기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수수료를 적게 받았다. 하지만 상위 업체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황이 되자 수수료를 크게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음식 배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는 올해 초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배달비 등을 크게 올렸다. 이전에는 배달 1건당 수수료 1000원에 배달비 5000원 정도를 받다가 3월부터 배달비를 최고 6000원, 수수료는 최고 27%로 인상했다. 대안이 없는 자영업자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받는 음식 값이나 배달비를 올리고 있다. 배민·쿠팡이츠는 요기요와 함께 음식 앱 배달 시장의 97%를 차지한 과점 사업자다.
‘플랫폼의 배신’으로 불리는 플랫폼발(發) 인플레이션은 주요 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올해 1월과 4월 판매 수수료를 평균 5%씩 올렸고, 다가오는 연말연시엔 건당 35센트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때 온라인 플랫폼이 물가를 낮춰준다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엔 플랫폼이 이미 확보한 소비자를 기반으로 수수료 등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역(逆)아마존 효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효과와 逆아마존 효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이름에 빗대 온라인 플랫폼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현상을 ‘아마존 효과’라 일컫는다. 플랫폼이 소비자·생산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가격 비교를 수월하게 함으로써 물가를 끌어내린다는 뜻이다. 반대로 플랫폼이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현상을 ‘역(逆)아마존 효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