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18시간 미만 일하는 단기 근로자가 지난 9월 250만명을 넘어섰다.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40년 만에 최대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있는 근로자는 1년 전보다 870만명이나 급감했다.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시간제 단기 근로자는 사상 최대로 늘어나고, 통상 전일제 근무자로 보는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뜻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2838만9000명 가운데 주 18시간 미만 단기 근무 근로자는 251만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9월에는 220만명 정도였는데 크게 늘어났다.
주 36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는 1234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870만1000명(41.3%)이 줄었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011년 9월(1279만9000명 감소)에 이어 둘째로 감소 폭이 컸다. 대신, 주 18시간 이상 35시간 미만 근무한 근로자(1308만명)가 1년 전보다 903만7000명 늘었다. 45만7000명은 일시 휴직자다.
경기 침체로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코로나 이후 배달 등 단기 일자리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층의 단기 일자리 증가 경향이 커진 데다, 9월 조사 기간에 추석 대체 공휴일(9월 12일)이 포함돼 취업 시간이 줄어든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서 “단기 일자리 증가 이유 등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단기 근로자가 늘었지만, 취업자(2838만9000명)는 1년 전보다 2.6%(70만7000명) 늘었다. 9월 기준으로 1999년(93만5000명)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실업률도 역대 최저였던 지난 8월(2.1%)보다는 높아졌지만, 2.4%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신규 취업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늘어난 취업자 중 60세 이상은 45만1000명으로 전체의 63.8%를 차지했다. 반면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만7000명 줄었다. 40대 취업자 수는 석 달째 감소가 이어졌다.
취업자는 늘었지만, 고용 회복세도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전년 동월 대비)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5월 93만5000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6월 84만1000명, 7월 82만6000명, 8월 80만7000명, 9월 70만7000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9월 고용 동향은 취업자 증가는 유지됐으나 증가 폭이 둔화했다”며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고용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취업자 수 둔화와 관련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재부는 “고물가 지속, 금리 인상, 수출 증가세 둔화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서 “내년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최근경제동향(그린북)’ 월간 보고서에서 지난 6월 이후 다섯 달 연속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재부는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