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돼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11년이 지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이 다시 추진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입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교육 등 주요 서비스업 지원 근거 등을 마련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내 ‘서비스산업발전TF’를 설치해 혁신 과제들을 발굴하기로 했다. 내년 3월까지 서비스산업 구조 개혁 5개년 계획을 작성할 계획이다.

◇서비스업을 성장동력 산업으로 만들자

정부가 이 법안을 다시 꺼내 든 이유는 산발적인 서비스산업 대책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워서다. 2001년 이후 30차례 이상의 서비스산업 대책을 추진했지만,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21년 3월의 ‘서비스산업 코로나 대응 전략’ 같이 경기 대응이나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 치중한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은 아니었다.

그간의 서비스 산업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의료는 보건복지부, 금융은 금융위원회가 전담하는 식으로 정책 의사 결정이 쪼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대한 통합된 정부 지원 체계는 없었고, 지원 근거도 없었다.

2011년 최초 입법 때부터 법안 자문을 맡았던 박정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본부장은 “제조업의 경우 산업발전법을 통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졌지만 서비스업은 콘텐츠산업진흥법·관광진흥법을 제외하고 정부 지원의 근거가 없다”며 “대신에 서비스업에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규제법만 있어서 주무 부처는 인·허가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만을 신경 썼고 산업경쟁력 측면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만들고, 5년마다 중·장기 청사진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세워 서비스산업 육성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을 법안에 담기로 했다. 창업에 필요한 자금 지원, 조세 감면 등의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정책자금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점을 고쳐나가기로 했다.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 산하에 ‘갈등조정기구’를 설치하는 내용도 주목된다. 최근 들어 타다와 택시단체, 로톡과 변호사협회 등의 갈등처럼 새로운 서비스로 인해 기존 사업자와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이를 조정하기 위한 기구를 만든 것이다.

◇의료 민영화 프레임에 11년 발목 잡혀

문제는 이 법에 ‘의료 민영화’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야당은 이 법을 ‘의료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투자개방형 의료 법인을 허용하는 방안을 ‘영리 병원’을 만드는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8월 여당 주도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여당 내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민주당은 의료·교육·공공 서비스 등의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날 추 부총리는 이런 점을 의식해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해서는 의료 공공성 유지 등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제한된 형태로나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꺼내 든 이후로는 최소한의 접점은 찾아가는 분위기다. 국회 관계자는 “보건·의료를 제외한다면 민주당도 크게 반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제작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현재 영화와 방송에 국한된 제작비 세액공제 혜택을 OTT로 확대하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방탄소년단(BTS), 오징어 게임 등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