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로 일한 권모(25)씨는 올 초 오토바이 핸들을 놓고 미용사로 복귀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배달이 폭증한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 60~80건씩 콜을 받았다. 일주일 150만원은 손에 쥐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콜이 30% 줄고, 건당 1만원까지 뛰었던 단가도 6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벌이가 시원찮아졌다. 권씨는 “더는 돈이 안 되길래 계속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로나 시기에 배달에 뛰어든 20대 동료 상당수가 다른 일을 알아보는 중이거나 라이더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코로나 특수(特需)가 끝나면서 배달업에 종사하던 20대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1년 전보다 30% 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대 특고는 3만4000명으로 작년(4만9700명)보다 31.6% 줄었다. 20대 특고 규모는 2020년 3만3000명에서 2021년 4만9700명으로 50.6% 늘었다가, 올해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10월 기준 역대 최고(62.7%)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10월 기준 역대 최저(2.4%)다.

하지만 20대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인 5.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20대 실업자 수는 23만1000명으로 전체 실업자(69만2000명)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30대(-8%), 40대(-13.3%), 50대(-27.7%), 60세 이상(-23.5%) 등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 수가 감소한 것과 달리 20대 실업자는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20대 특고 작년보다 30% 줄어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 특고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유입이 많았던 만큼 유출도 많은 셈이다. 40대 특고는 작년 15만9300명에서 올해 14만6700명으로 7.9% 감소했다. 30대 특고(2.2%)와 50대 특고(8.7%)는 작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래픽=김성규

당장 수입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일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특고로 일하는 20대 비중도 늘었다. 작년에는 10명 중 7명꼴(70.8%)로 자발적 특고였다. 하지만 올해 자발적 특고는 절반가량(56.7%)으로 줄고, 비자발적 특고 비중은 늘었다. 서울의 한 배달대행 업체에서 라이더 수십여 명을 관리하는 지부장 김모(30)씨는 “작년과 재작년에 20대가 특히 많이 몰렸는데 올해는 빠지는 분위기”라며 “아직 남은 라이더들은 돌아갈 곳이 없거나,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조9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6% 감소했다.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7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대만 나 홀로 실업자 증가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고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일자리를 찾는 20대 청년들이 갈 곳을 잃었다. 올해 고용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0대에게만큼은 가혹하다. 지난 10월 고용 통계에 따르면, 전 연령대에서 유독 20대만 1년 전보다 실업자가 늘어났다. 20대 실업률 증가가 통계에도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20대 고용 사정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0대뿐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률이 소폭 하락하고 취업자 증가 폭 둔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는 수출에 이어 내수도 본격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내년에 경기 반등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기 침체가 2024년까지 ‘L자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추세가 하강했다가 반등하는 ‘U자형’이 아니라 장기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향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 안정’이 아닌 ‘불황 극복’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