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뉴스1

회사원 A씨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4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돈이 더 필요해졌다. 그러자 그는 전자상거래사업자로 사업자 등록 후 대출 모집 법인을 통해 8억원의 사업자 대출을 신청했다. 사업자로 위장한 소위 ‘작업 대출’을 시도한 것이다. 대출 모집 법인은 A씨의 4억원 대출을 일시 상환하고, A씨는 저축은행에 사업자대출 8억원을 신청해 받았다. 그다음 대출 모집 법인에 4억원과 이러한 ‘작업 대출 수수료’를 함께 보냈다. 대출 모집 법인은 A씨가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8억원어치 구입한 것처럼 증빙 서류를 위·변조해 저축은행에 제출했다.

부동산 급등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자로 위장해 저축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례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지난해 6월부터 12월 사이 저축은행 및 대출모집인에 대한 현장검사에서 5개 저축은행에서 약 1조2000억원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 부당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5개 저축은행은 SBI·OK저축은행 등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은 개인 투자자가 받으면 LTV 규제가 적용되고, 한도도 8억원 수준이다. 반면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LTV 규제 대상이 아닌데다 개인사업자는 50억원(법인은 10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2019~2021년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더 많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사업자 등록 후 저축은행에서 작업 대출에 나선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작업대출 조직이 서류를 위·변조해서 실제로는 사업자가 아닌 사람들이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간 사례를 확인하고,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상위 5개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작업대출 사례를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작업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이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대비 비중이 작아 저축은행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시 대출자가 실제로 사업을 하는 사람인지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대출 모집인에 대한 관리도 더 철저하게 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대출을 받아간 다음에도 용도 외에 대출받은 자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없는지 사후 점검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