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하이브가 13일부터 본격적인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섰다. 하이브는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중에서 14.8%를 인수하고, 다음 달 1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성공 여부에 따라 SM의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는 SM 현 경영진과 연합한 카카오보다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선점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2주 이상 진행될 공개 매수가 중요한 상황이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SM 지분을 최대 39.8% 확보하게 된다.
◇하이브 vs SM 지분 경쟁 본격화
하이브는 SM 소액 주주들이 보유 중인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할 예정이다. SM의 소액 주주는 작년 9월 말 기준 5만2129명으로 지분의 70.53%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 매수 마감일까지 주가가 12만원 선 아래에서 머물면 소액 주주들이 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공개 매수 소식이 알려진 10일 9만원대에서 11만원대로 급등한 SM의 주가는 13일 등락을 반복하며 12만원 근처에 머물렀다. 장중 한때 11만83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전일 대비 1.13% 오른 11만6000원에 마감했다.
마음이 급한 것은 이번 하이브의 거래를 ‘적대적 M&A(인수·합병)’라고 반발하고 있는 SM 경영진이다. 1대 주주인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면서 오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 등 현 경영진의 임기는 3월 말까지다. 따라서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이 전 총괄 측이 새로운 이사진 선임을 안건으로 제시하고, 현 SM 경영진이 이를 방어하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SM 경영진은 앞서 카카오를 대상으로 전체 지분의 9.1%에 해당하는 신주 및 전환사채를 다음 달 6일 발행키로 했다. 이 전 총괄 측은 이에 반발해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경영진이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SM 지분 확보에 실패한다. 하지만 카카오가 하이브에 맞불을 놔 주식 추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는 이번 주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번 주총 의결권은 작년 12월 31일 기준 SM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 한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M 경영진은 일반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해 대행사를 선임하는 등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누가 인수하든지 SM의 체질 개선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소액 주주들은 ‘꽃놀이패’?
경영권 분쟁은 주가를 띄워 올리는 호재인 경우가 많다.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다음 달 1일 공개 매수 마감 시점까지 주가가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으면 계속 보유하고, 낮으면 매수에 응하면 된다는 점에서 ‘꽃놀이패’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장외에서 진행되는 공개 매수에 응하면 지방세 포함, 22%의 양도세를 내게 된다. 그렇다고 계속 주식을 들고 있다가는 공개 매수 마감 이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적절한 차익 실현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기관 투자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소위 ‘꼭대기’에서 주식을 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개 매수 기간 동안 장내에서 미리 주식을 매각한다. 이런 물량은 기관 투자자들이 매입해 1% 안팎의 수익을 노리고 공개 매수에 응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SM의 경우에도 이런 개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몰리면서 주가가 한동안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최대주주 지분 인수와 카카오의 유상증자 참여로 SM의 경영권 변화는 확실하다”며 “단기적으로는 12만원 선을 뚫기 어렵겠지만 올해 음반·음원 실적 개선, 글로벌 투어 회차 확대 등과 멀티 제작 체계 구축 등 성장 방향이 뚜렷해 목표 주가를 12만7000원으로 상향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