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오는 8일부터 열리는 야구 국제대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온라인 생중계하면서 ‘오픈톡’을 통해 한국팀 응원전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픈톡은 네이버 이용자들이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수다를 떠는 일종의 채팅방으로, 작년 9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야구·해외야구 관련 오픈톡만 920여 개가 개설될 정도로 야구에 관심 많은 이용자들이 많이 모였다”며 “작년 카타르월드컵 때처럼 이번에도 많은 호응이 예상된다”고 했다. 작년 12월 카타르월드컵 기간 운영했던 월드컵 오픈톡에는 278만명이 모였다.

카카오도 이런 식의 채팅 서비스를 부쩍 늘리고 있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도 올해 핵심 성장 전략으로 ‘오픈채팅 기능 확대’를 꼽았다. 오픈채팅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반 카카오톡 채팅과 달리, 관심사·거주 지역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와 채팅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다. 홍은택 대표는 “드라마·영화부터 대규모 이벤트까지 다양한 주제로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될 수 있도록 오픈채팅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실시간으로 채팅 주제를 반영하고, 오픈채팅을 카카오톡 메인 화면에서 별도 탭(메뉴)으로 넣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확산하는 ‘개인 정보 수집 제한’ 규제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최근 ‘커뮤니티 활성화’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용자를 더 많이 끌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밑바탕엔 올해부터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수집이 제한되는 규제가 깔려있다. 당장 이용자 취향에 따른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져 광고 효율과 매출이 떨어질 상황에 처하자, 개개인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커뮤니티’를 앞세우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이용자의 개별 웹페이지 접속 기록(일명 쿠키)을 바탕으로 비슷한 접속 기록을 가진 이들을 그룹으로 묶은 다음, 해당 그룹의 성별·나이·관심사 등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정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도 해왔다. 하지만 EU(유럽연합)는 올해 한층 강화된 개인 정보 보호 규정(디지털 시장법 등) 도입을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이용자 간 거래 데이터 수집, 다른 계열사 서비스 권유, 이용자 데이터 신규 서비스 활용, 청소년 대상 맞춤형 광고 등 기존의 이용자 데이터 확보 수단과 맞춤형 광고 방식이 대부분 막힌다. 위반 시 매출액의 최대 20% 과징금이 부과된다. 구글·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수십조원의 과징금도 맞을 수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도 오는 6월 개인정보보호국이란 별도 기관을 만들어 테크 기업들의 지나친 개인 정보 수집을 견제하기로 했다.

한국도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시 관련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이용자 개개인이 직접 플랫폼이 보유한 개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맞춤형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테크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을 막아야 한다’는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커뮤니티 활성화, AI 도입해 취향 파악

플랫폼 기업들은 우회로를 찾고 있다. 오픈채팅도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직접 밝힌 만큼 대안(代案)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축구 관련 오픈채팅방에서 스포츠용품과 스포츠채널 구독 상품 등을 광고하는 식이다.

온라인 광고 시장 1위 기업인 구글은 세계 1위 웹브라우저 크롬의 구동 방식을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검색 기록을 2~3주간 암호화해 임시 보관하고, 이용자 취향을 익명으로 300여 그룹으로만 구분하는 기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추가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 기존 데이터만으로 고객 관심사를 정교하게 파악하겠다는 목적으로 AI(인공지능) 고도화에 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챗GPT를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도 정보 수집 없이 이용자의 질문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수익 모델을 고려 중이다. 디지털 광고 업계 관계자는 “애플·삼성전자 모두 신형 스마트폰 OS(운영체제)에 개인정보 수집을 봉쇄하거나 이용자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기능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서비스 투명성과 함께 기술 고도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테크 기업들의 수익 모델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