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텔·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부여했던 대(對)화웨이 수출 허가를 전면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국산 5G(5세대 이동통신) 전용 반도체 구매가 금지돼 4G용 반도체만 살 수 있었지만, 미 정부는 이마저도 살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 당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에 적용했던 대화웨이 수출 규제 범위를 첨단 5G 반도체에서 구형 4G 제품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의 스파이 풍선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원조 의혹이 터지며 이미 발급한 허가까지 취소하는 방향으로 제제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미 정부가 ‘화웨이 죽이기’ 강도를 더 높인 이유는 화웨이의 첨단 통신 기술이 중국의 각종 정찰·첩보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WSJ에 “(최근 스파이 풍선 사건에 따라) 백악관은 ‘화웨이에 더 큰 고통을 내려 죽음에 이르게 할 타이밍’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통신장비 업체였던 화웨이는 2019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제제로 인해 5G 칩 재고가 소진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출시한 새 스마트폰 ‘메이트50′에 퀄컴의 4G 칩을 탑재했다. 삼성전자·애플 등 경쟁사에서 5G 스마트폰이 주류가 된 가운데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수출 규제뿐 아니라 자국 기술을 사용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화웨이를 위해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 산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하이실리콘은 5G·6G 칩을 설계할 기술이 있지만 파운드리 업체에 주문을 맡기지 못한다. 그 여파로 하이실리콘은 최근 시장점유율이 0%대로 주저앉으며 사실상 이름만 남은 회사가 됐다. 중국 현지에선 “화웨이가 반도체를 생산하지도, 구형 칩을 구매하지도 못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통신 장비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