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대만 주요 대학에서 부스를 차리고 채용설명회를 연 모습./TSMC

‘위탁 생산 대국’ 대만의 대표 기업인 TSMC와 폭스콘이 글로벌 불황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주요 IT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투자를 지연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지난 4일 대만 재경신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대만 16개 주요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올해 6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다고 밝혔다. 학사부터 석사·박사까지 폭 넓게 이공계 인재들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TSMC는 “석사급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200만 대만달러(약 8400만원)”라며 “반도체 인력 뿐 아니라 스마트공장 전환을 위한 소프트웨어 인력도 환영한다”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반도체 업계에선 “TSMC가 미국과 일본 등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는데다 올 하반기부터 스마트폰·PC 등 전자기기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을 미리 대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혹한’에 12월 매출이 한때 소폭 하락했지만, 올 1월 들어서는 다시 전년 동기 대비 16.2% 크게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챗GPT가 불러일으킨 AI 열풍으로 엔비디아·AMD 등 고객사들이 머신러닝 연산을 위한 긴급 HPC(고성능컴퓨팅) 프로세서 긴급 주문을 늘린 효과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TSMC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서 시장 우위를 확실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인텔은 최근 중간급 직원들과 임원의 급여를 최소 5%, 최대 25% 줄이기로 했고, 마이크론도 올해 직원 10%를 감원한다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국내 생산 공장에 투입하는 웨이퍼 수량을 10%가량 줄였고, 삼성전자도 생산 라인 운영 최적화를 통한 ‘자연적 감산’에 나섰다.

대만 폭스콘 로고 앞을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아이폰의 최대 생산업체인 폭스콘도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폭스콘은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주도인 벵갈루루 공항 인근에 1.21㎢규모(약 3만 6000평)의 아이폰 부품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자금은 7억달러(약 9100억원)로, 폭스콘의 인도 내 단일 투자 규모로는 최대 규모다. 폭스콘은 이 생산라인 건설로 2024년엔 인도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수를 200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폭스콘은 TSMC에 비해 글로벌 침체에 실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아이폰 수요 감소로 폭스콘의 2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 가깝게 떨어진 131억 8000만달러(약 17조원)에 그쳤다. 대만 전자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은 최근 아이폰 생산 물량을 일부 중국 럭스쉐어에 뺏기며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생산라인 탈중국 행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