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에서 최정태 국민계정부장이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7.7% 감소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1년(3만5373달러)보다 3000달러 가까이 줄어든 3만2661달러를 기록, 대만에도 20년만에 역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7일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치를 발표하고 “지난해의 경우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 뛰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8.1% 줄고 달러 기준 1인당 명목 GNI도 전년보다 7.7% 줄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들어선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2038달러) 2년 연속 감소했다. 이후 2021년(3만5373달러)엔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3% 떨어지면서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급격한 원화 절하와 함께 달러 기준 1인당 GNI도 다시 뒷걸음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보다 1인당 GNI가 낮았던 대만은 지난해 우리나라 GNI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만에 우리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높아지는 셈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만의 2021년 1인당 GNI는 3만3756달러로 우리보다 낮았지만, 지난해(대만 통계청 발표)엔 3만3565달러로 우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는 환율이 연평균 12.9% 상승한 반면, 대만은 환율이 6.8%정도 상승한 것이 (GNI 역전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이탈리아와의 격차도 좁혀지지 않았을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G7(소속) 국가(이탈리아)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된다”며 2020년 한해 이탈리아보다 1인당 GNI가 높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2021년 이탈리아 1인당 GNI는 3만5990달러로 올라 우리를 재역전했다. 유럽집행위원회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2년 이탈리아 성장률은 3.9%로, 우리나라(2.6%)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한국과 이탈리아의 GNI 간극은 지난해에도 좁혀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한은 발표에서,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지난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2.6%로 집계됐다. 4분기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4%로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