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중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제품수가 급감했다.
7일 중국의 관세청 격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2월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제품수는 총 675억 8000만개로, 전년대비 26.5% 급감했다. 지난해 1~2월의 수입규모는 전년인 2021년 대비 4.6% 떨어졌었는데, 미국이 지난 한해동안 수출규제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면서 중국의 ‘반도체 수입 절벽’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중국에서 쓸만한 반도체가 고갈되고 있다
미국의 규제로 중국은 지난 한해 근 20년간 처음으로 반도체 연간 수입규모가 역성장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에 총 반도체 제품 5384억개를 수입, 6355억개를 수입했던 2021년 대비 15.3% 하락했다. 원래 중국은 전자기기, 데이터센터, 스마트카 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반도체 수입수가 매년 크게 성장했었다. 현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수입 규모는 이미 감소세에 들어섰던 2022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그나마 수입하는 것도 당장 시급한 첨단 반도체가 아닌 몇년 전의 낙후된 칩들로, 중국이 완전히 글로벌 전자 산업 발전에서 소외될 위기”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입규제가 중국 첨단 산업 발전을 막는 아킬레스건이 되는 것은 자체 제조 실력이 아직 설익어 대체품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2020년에는 반도체 자급률 40%, 2025년에는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내세웠었다. 중국이 반도체 선진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반도체몽(夢)’이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IB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5.61%에 불과했다. 목표치의 절반도 실현시키지 못한 것이다.
◇첨단 장비 없어 반도체 자체생산 어려워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시켰다. 여기에 최근 들어선 반도체 장비업계 선두주자인 네덜란드와 일본을 중국 규제에 동참시켰다. 장비 반입이 불가능해지자 중국의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벌써부터 회사의 사업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는 지난달 “베이징에 지은 신규 생산라인이 장비 조달 어려움으로 양산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1~2분기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SMIC는 베이징 생산기지에 76억 달러를 투자해 2021년 말 건물 건설을 완료했고, 지난해 말쯤에 장비를 들여 본격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이 회사의 상하이 공장도 28나노 이하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이 시급한데 무기한으로 늦어지고 있다. 중국 대표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YMTC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필적할만한 낸드플래시 기술 돌파를 했음에도, 실제 생산은 장비가 없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다.
지난 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 산업에 180조원을 쏟아 부흥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기술 단절로 격차를 줄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과의 기술 격차는 20년”이라고 보도했다.
◇쓸만한 반도체 없자…화웨이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설까지
반도체의 수입도, 자급도 막히자 중국의 대표 전자기업들은 고사(枯死) 상태다. 최근 중국 현지 온라인에서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아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8일 화웨이는 이 소식에 대해 부인했지만, 현지 전자업계에선 “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신제품에 최신 반도체인 5G(5세대 이동통신)칩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화웨이가 그나마 쓸 수 있던 4G칩을 제공하고 있는 퀄컴의 구형칩 수출까지 막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4G칩까지 쓰지 못할 경우 화웨이가 더 이상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