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사업에 사활을 건 삼성전자가 갤럭시S23에 이어 하반기 출시하는 폴더블폰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주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특히 인기가 높은 갤럭시Z플립 모델은 외부 화면(현재 1.9인치)을 3.3~3.5인치대로 키워, 사용성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주력 모델인 갤럭시S23 시리즈가 국내에서 100만대 조기 판매 신기록에 다가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세를 몰아 하반기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리더십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의 77%를 차지한 압도적 1위다. 그 뒤를 중국 업체인 화웨이(12.9%), 오포(3.2%), 비보(2.4%), 아너(2.2%), 샤오미(1.7%) 등이 쫓고 있다.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도 오포, 아너 등은 삼성 폴더블폰과 유사한 제품을 줄줄이 내놨다.
◇외부 화면 최대 3.5인치까지 커질듯
하반기 출시되는 갤럭시Z플립5의 가장 큰 변화는 외부 화면을 크게 키우는 것이다. Z플립 외부 화면은 첫 모델에서 1.1인치였고, 이후 1.9인치까지 커졌지만 줄곧 1인치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간단한 앱 알림 확인, 사진 미리보기 외에는 활용성이 크지 않았다.
삼성은 이번 신작에서 외부 화면 크기를 3.3인치에서 최대 3.5인치까지 키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오포는 지난달 폴더블폰 ‘파인드N2 플립’을 선보이며 큼지막한 외부 대화면(3.26인치)으로 주목받았는데, 이보다 더 큰 화면을 탑재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폴더블폰 시장을 연 이후 모토로라 레이저(2.7인치) 등 경쟁사 제품들은 삼성의 1인치대보다 더 큰 화면을 탑재하며 꾸준히 차별화를 꾀해왔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전자 업계 관계자는 “플립 신작은 외부 화면을 대폭 키워, 굳이 폰을 열지 않고도 갤럭시Z폴드처럼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부에 대화면을 탑재하면 배터리 소모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고용량 배터리, 초고속 충전, 전력 소비 최적화 등 관련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화면 탑재에 따른 가격 인상 폭을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Z플립5는 대화면을 탑재하면서 전체적으로 기기 크기가 약간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책처럼 좌우로 펼치는 갤럭시Z폴드5에는 일각에서 예상했던 ‘S펜(전자펜슬)’은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S펜을 적용하면 두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은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인 폴드의 두께를 최소화하면서 들뜨는 부분이 없도록 힌지(경첩 역할 부품)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황 속 폴더블폰 시장은 성장세
이런 디자인 변화에는 지난해 영입한 벤츠 디자이너 출신 이일환 부사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벤츠 주요 모델을 디자인한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출신으로 현재 삼성 MX사업부 디자인팀 부사장을 맡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임할 정도로 삼성은 하반기 폴더블폰부터 제품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폴더블폰에 올인하는 것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유일하게 고가(高價)의 폴더블폰 시장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9280만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IDC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2.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역성장으로 이를 수정했다. 이 가운데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22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