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월 사상 최악의 경상수지 적자가 났지만, 배당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배당수지 흑자는 56억6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로 1980년 통계 집계 이래 43년 만의 최대였습니다. 해외에 투자해서 배당으로 벌어들인 돈이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에서 챙겨 해외로 보낸 배당보다 많았다는 뜻입니다.

난데없는 역대 최대 흑자여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궁금증이 컸는데, 비밀은 삼성전자 해외 법인이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1월 삼성전자 해외법인은 48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국내 본사에 배당했습니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의 삼성전자 해외 공장(법인)에서 번 돈을 국내 본사로 보낸 것입니다. 국내 기업 해외 법인들이 지난 1월 국내로 보낸 배당액(53억6000만달러)의 90%에 달합니다.

지난 1월 국제 수지는 사상 최대, 역대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수치들이 많았습니다.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74억6000만달러)였고, 해외여행 급증으로 서비스수지도 적자(32억7000만달러)가 컸습니다. 이렇다 보니 경상수지가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배당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였던 거죠. 삼성전자가 대규모 배당을 챙긴 것은 정부의 법인세 제도 개편이 배경입니다. 올해부터는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소득에 대해 현지에서 세금을 내면 국내에서 과세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세 체계를 바꿨습니다. 그동안은 현지에서 낸 세금만큼만 빼주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했습니다.

정부는 당장 세수가 좀 줄더라도 해외에 유보된 자금이 국내로 들어와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세제를 고쳤습니다. 이렇게 국내로 돌아온 돈으로 투자가 일어나면 결국 세수가 늘 것으로 본 것입니다. 또 기업들이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환율도 안정될 것으로 봤습니다. 제대로 효과를 본 셈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일은 정부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그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