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쌓인 무역 적자가 241억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악이었던 작년 적자 폭의 절반을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영향이 큰데, 반도체 수출 전망이 역대 최악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당분간 무역 적자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20일 무역 적자는 63억2300만달러로 집계됐다. 2월 말까지 발생한 적자(177억8000만달러)를 합치면 올 들어 누적 적자는 241억300만달러(약 31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적자(477억8500만달러)의 50.4%에 달했다.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보였던 수출이 이달 들어서도 17.4%나 급감한 여파다. 에너지 가격이 지난달보다 안정되면서 지난 1~20일 수입액은 5.7% 줄었다. 하지만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무역 적자를 피하지 못했고, 이달 말까지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체 수출액의 약 10%인 반도체 수출은 이달 들어 44.7% 급감했다. 현 추세가 월말까지 지속되면 8개월 연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수출 감소 여파로 전체 수출액의 약 20%인 중국 수출도 이달 들어 36.2%나 줄었다.

기업들은 2분기 수출이 1분기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해 50만달러 이상을 수출한 국내 기업 1206곳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9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100 밑이면 2분기 수출이 1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2분기 반도체 EBSI는 52로 조사가 시작된 2009년 2분기 이후 1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수출 단가 하락과 미·중 반도체 갈등 등으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이 지수는 작년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