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7일 “한미 정상이 북핵 대응책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지만, 앞으로 대만해협 위기 등 각종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것”이라며 “한미가 우방국과 연대해 이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윈 퓰너(가운데) 미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가 17일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미 외교정책과 2024년 대선’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퓰너 창립자는 이 자리에서 “중국에 대해 진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왼쪽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오른쪽은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 석좌. /김지호 기자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는 이날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미 외교정책과 2024년 대선’ 세션에서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진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은 공급망 등 경제·산업 문제보다 이들의 커지는 군사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이에 주한 미군이 혹시 투입되는 상황까지 된다면 한미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군은 한국군과의 한반도 연합 방위 태세가 주둔 목적이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은 동북아뿐 아니라 유럽 등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어 한반도가 휘말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차관 등을 지낸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도 “최근 몇 달 사이 대만 관련 질문이 빗발치는 상황”이라면서 “대만 전쟁이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만큼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500대의 미 항공기가 열흘 안에 대만해협으로 출격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출발하는 미 항공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할지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눈 바 있다”고 했다.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유사시 대만과 한국을 구분할 수 없고, 유럽도 다 빨려 들어갈 것”이라며 “이전과 달리 모든 게 다 연결된 국제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햄리 소장은 “중국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은 ‘노(no)’이고, 아시아 그 누구도 그럴 것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중국이 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미국이 방치하겠느냐에 대한 대답에도 ‘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에서 중국 등 모든 국가가 참여할 수 있는 큰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아시아 국가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며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3년 5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미국의 외교 정책과 2024년 대선"세션에서 에드윈 퓰너(가운데)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왼쪽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오른쪽은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 석좌. /김지호 기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 교수는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와 한미동맹’ 세션에서 “세계의 평화에 대한 인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달라졌다”면서 “러시아가 침공했는데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면 중국·북한 등 불량 세력에 이래도 괜찮구나 하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도 “김정은은 (핵 포기 독재 정권인) 이라크 사담 후세인·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발발하면서 국제정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집중해 북핵 문제가 뒤로 밀렸다”며 “김정은이 핵실험 등 원하는 도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했다. 마크 코자드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도 현 정세를 이용, 세계 협상 무대의 주역이나 전후 처리 주요 역할자로 나설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했다.

한미 북한 전문가들은 이럴수록 대북 제재 등 기본적인 정책을 공고히 하며 한미 동맹을 축으로 국제적 연대를 결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날 북핵 관련 세션에서 “대북 제재 이후 수출이 급증한 비(非)제재 품목, 텅스텐광, 휴대용 시계, 가발 등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북한과의 ‘군비 통제 회담’이라는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며 “군비통제 회담은 사실상 북한 핵을 인정하고 미국의 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확신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한민구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은 ‘통합된 확장억제’를 강조했다. 한 원장은 “성공적인 통합억제가 이뤄진다면 북한은 기존 한미동맹 외에도 역내 미국의 동맹국 나아가 나토 동맹국도 동시에 상대해야 해 북한 핵의 효용성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