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왜 더 늦기전에 원자력인가' 세션에서 올리버 스톤 영화 감독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주한규 한국원자역연구원 원장, 오른쪽은 마이클 쿠토 영화 감독 겸 동아시아 미디어 시장 컨설턴트. / 오종찬 기자

“원자력은 기후 위기의 분명한 해결책입니다. 환경운동가와 잘못된 영화들로 인해 원전에 대한 위험은 과장됐습니다. 정확한 이해도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18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영화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은 “점점 높아지는 기온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여러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왔는데도 탄소 배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원전이야말로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ALC에서 ‘왜 더 늦기 전에 원자력인가’를 주제로 주한규 서울대 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대담을 나눴다.

최근 신작 다큐 영화 ‘지금 원자력!’(Nuclear Now!)을 공개한 스톤 감독은 영화 베트남전의 참상을 다룬 영화 ‘플래툰’(1986), ‘7월 4일생’(1989)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나 받은 헐리우드의 명 감독이다. 이밖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조명한 영화 ‘JFK’(1991),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추문을 다룬 ‘닉슨’(1995) 등 사회에 어젠다를 던지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헐리우드 거장이 돌연 원자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는 앨 고어 감독의 ‘불편한 진실’을 보고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조슈아 골드스타인 미국 아메리칸대학 국제관계학과 명예교수의 책 ‘밝은 미래: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읽고 원전의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큐 영화를 만든 건 ‘스토리’가 가진 힘을 알기 때문이다. 스톤 감독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사태 이후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는 각종 영화들이 나왔고 공포를 조장했다”며 “이게 대중들에게 먹혔다”고 했다. 그는 “이후 별다른 사고가 없었는데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한국에서 ‘판도라’라는 영화가 나오면서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또다시 퍼지기 시작했다”며 “기존 영화의 역사에 대한 왜곡에 경고를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 무엇이 사실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스톤 감독은 원전에 대한 비과학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탄, 석유, 메탄가스 같은 발전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석탄, 석유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많다”며 “후쿠시마 사태 당시 사망 사고가 난 것도 원전 때문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적절하게 잘 관리하고 격납고를 통해 봉쇄를 하면 사고가 안 난다”고 했다.

그는 기후 위기라는 상황에서 원전만이 가장 유일하고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자력은 청정하고 효율적이고 가장 싼 기후위기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스톤 감독은 “기후 위기 속에서 원자력은 우리에게 1개의 폐를 추가로 이식해주는 것”이라며 “원자력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라고 했다.

그의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지금 원자력!’은 이달 1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공개되고 있고 이날 ALC에서 처음으로 국내 상영됐다. 당초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할 당시 ‘원자력’(Nuclear) 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시급성이 한층 강조된 제목으로 바뀌었다. 그는 “탄소 배출은 늘어가고 있고 지금 이대로 가면 우리 인류에게 희망은 없다”며 “기후 변화를 더는 늦출 시간이 없다. 원전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할 때”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