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테러가 한창일 때) 많은 젊은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있는) 역정보를 보고 테러 조직에 가담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백신 접종을 두고 확산된 괴담은 어떻습니까. 하지만 이런 피해는 금방 잊힙니다.”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폐막일인 지난 18일 ‘우리는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세션에서 장폴 라보르드 전 유엔 대테러사무국장은 “가짜 뉴스의 폐해는 크지만 금방 잊힌다”며 “가짜 뉴스와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션에는 리더십 전문가 저스틴 하틀리 모델리더십 대표와 즈비아드 아드진바이아 미 터프츠대 박사후 연구원(디지털외교태스크포스 대표), 사예드 사디크 말레이시아 전 청년체육부 장관, 테오니칭 말레이시아 커뮤니케이션디지털부 차관이 함께했다.

사디크 전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는 가짜 뉴스에 대해 “디지털 알고리즘 시대의 명암(明暗)”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덕분에 민주주의도 발전하고 소통도 활발해졌다”면서도 “하지만 틱톡에 한 번 영상이 퍼지면, 틀린 내용이 있어도 손을 쓸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가짜 뉴스에 일반인들이 휘둘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양질의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文解力)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아드진바이아 연구원은 “역정보와 오정보는 옛날부터 있었고 코로나처럼 변이된 가짜 뉴스도 계속 나온다”면서 “(가짜 뉴스에 대한) 면역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퍼뜨리는 역정보는 1990년대 소련에서 독립하려던 조지아인들에게 ‘너희 조상의 민족성은 허구”라던 선전전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라보르드 전 국장은 “가짜 뉴스에 대응하려면 팩트에 기반한 짧은 반박 메시지를 즉시 내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정부기관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테오니칭 차관은 “말레이시아에서는 팩트 체크 기구가 2곳 있지만 정부 산하기관이라 독립성 보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