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3.5% 증가할 동안 세금 증가율은 7.2%로 두 배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은 경제 규모에 맞게 거두는 것이 적정한데, 이보다 더 거뒀다는 뜻이다.

11일 본지가 최근 30년간 6개 정부의 국세탄성치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2017~2021년) 국세탄성치가 2.06배로 가장 컸다. 국세탄성치는 세금(국세)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로 나눈 것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증세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지를 정도로 과속했다는 뜻이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국세탄성치는 각각 1.02배와 1.08배였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세금을 거둔 것이다. 이 수치는 노무현 정부 때 1.35배로 상승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0.82배로 낮아졌고 박근혜 정부 때도 0.92배로 1보다 낮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세금은 많이 징수했다. 세금 과속에 따라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세금을 GDP로 나눈 비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8.3%에서 2021년 22.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24.7%에서 25.1%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래픽=백형선

◇OECD 회원국 중 스페인 다음으로 세금 과속

문 정부의 세금 과속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편이었다. 최근 5년(2017~2021년) OECD 37국을 대상으로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세금이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살펴본 결과 한국이 스페인에 이어 2위였다. 스페인은 연평균 GDP가 1.6% 증가하는 동안 국세는 3.6% 늘어 증세 속도가 경제 성장보다 2.3배나 빨랐다. 스페인은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120%에 달할 정도로 열악한 재정 상황을 메우기 위해 집권 사회당 연립 정부가 증세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 정부 집권 기간에 OECD 회원국들의 국세탄성치 평균은 1.09배였다. 문 정부와 달리 다른 주요국들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 증세를 한 것이다. 특히 그리스는 5년간 세금을 오히려 줄였다. 그리스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타를 맞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받는 신세였지만, 2019년부터 보수 정부가 집권하며 감세 정책을 폈다. 퍼주기식 감세가 아닌,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감세를 단행했다. 결국 그리스 성장률은 2021년 8.4%, 지난해 5.9%로 작년 유로존 19국 평균(3.5%)을 웃돌았다.

◇법인세 1%P 내리면 고용 4% 증가

세금 부담이 과도하면 민간의 경제 활력을 위축시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는 경제성장의 80%가량을 민간이 책임졌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이 비율이 58%로 뚝 떨어졌다. 문 정부가 많이 거둬들인 세금으로 세금 일자리 만들기 등 정부 주도 성장을 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세 등으로 민간 투자를 자극해 침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리면 투자는 최대 6.6%포인트, 고용은 4% 증가하고, 법인세수도 3.2% 늘어난다. 감세로 기업이 살면 세수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커질수록 세금 낭비 등 국가가 국민 이익을 도외시하는 대리인 문제가 생긴다”며 “혁신·성장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규제 완화 등 환경 조성만 하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