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엔화 예금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100엔당 원화 값이 800~900원대를 오가는 기록적 엔저에 너도나도 엔화 사모으기에 나선 결과다.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이 총 998억3000만 달러로 지난 5월 말 대비 30억4000만 달러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엔화예금이 12억3000만 달러(약 1조6260억원)어치 증가해 월별 증가 폭으로 사상 최대였다. 달러 예금은 11억5000만 달러 늘었고 유로화 예금(3억5000만 달러), 위안화 예금(3억2000만 달러) 등도 증가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엔화 예금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것은,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앞으로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개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여유자금을 엔화로 바꾸거나,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환전하고 남는 자금을 넣어둔 경우, 엔화로 일본 주식에 투자한 경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엔화 예금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엔저는 2006~2007년과 2015년, 그리고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있었다. 직전 엔저 때인 2015년에는 100엔당 890원이 저점이었다. 이달 초에도 100엔당 898엔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주요 투자은행(IB)과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1년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미스터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달러당 140엔대인 엔화 가치가 내년엔 달러당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며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