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공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20부작 드라마 ‘무빙’은 총 제작비만 65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진 대작이다. ‘한국판 어벤져스’로도 통하는 초능력자 얘기를 다루느라 컴퓨터그래픽(CG) 등에 투자가 많아져 편당 30억원 넘는 제작비가 들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 제작사는 중견기업에 속해, 올해까지는 제작비의 7%만 세액공제(약 45억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650억원짜리 블록버스터급 영상이 만들어지면 세액공제율이 최고 20%까지 올라 130억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처럼 현재 기업 규모에 따라 3~10%인 영상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고 15~30%로로 대폭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27일 발표했다. 세액공제란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 일부를 법인세·소득세에서 깎아주는 것으로, 사실상 콘텐츠 제작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누린다.
◇美·佛처럼 요건 갖춰야 추가 공제
구체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액 기본공제율은 현재 기업 규모에 따라 대기업(3000억원 초과) 3%, 중견기업(800억~3000억원) 7%, 중소기업(800억원 이하)은 10%인데, 내년부터는 대·중견·중소기업 각각 5·10·15%로 올라간다. 여기에 총 제작 비용 가운데 국내 지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져 10~15% 추가 공제를 해주는 식으로 제작비 세액공제를 최고 15~30%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막판까지 공제율 수치를 고심해 기업 규모에 따라 최고 15~30% 사이 공제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총 제작비의 75% 이상을 주(州) 내에서 지출하고, 프랑스는 자국 내에서 프랑스어로 제작되는 영상 등에 영상 콘텐츠 세제 지원이 이뤄진다”면서 “우리도 이 같은 해외 사례와 국내 여건을 감안해 추가 공제 요건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증여세 부담도 숨통
중소기업의 ‘고질적 애로 사항’으로 통하던 가업 승계 세 부담도 이번에 큰 폭으로 개편된다. 부쩍 빨라진 기업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가업을 계속 이을 수 있도록 증여세 분할 납부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저율 과세(10%) 구간도 기존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컨대 경기도 실리콘고무 부품을 만드는 A제조업체 대표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200억원어치를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지금까지는 총 34억원을 5년에 걸쳐 내야 해 매년 5억6000만원씩 세금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300억원 이하에도 10% 세율이 적용돼 증여세가 20억원 정도로 깎이고, 분할 납부 기간도 5년이 아니라 20년까지 늘어나 매년 약 1억원 세금을 내면 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정부의 가업 승계 지원 세제 개선 발표는 원활한 사회·경제적 책임과 업(業)의 승계를 통한 장수 중소기업 육성의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업종 바꾼 유턴 기업도 세감면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소득세·법인세 감면 기간을 대폭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그간 2년 이상 경영한 국외 사업장을 국내로 이전·복귀하면 5년간은 100%, 추가 2년은 50%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 앞으로는 7년간 100%, 추가 3년은 50% 감면 혜택을 준다.
또 사업 구조를 바꿔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중국에서 내연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B씨가 국외 사업장을 축소하고 수도권 밖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세우는 경우에도 사실상 유사한 업종으로 돌아온다고 보고 감세 혜택을 준다는 뜻이다. 양순필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사업구조 전환이 빈번한 산업 현장에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세금 감면 기간을 늘리고 업종 요건을 완화한 것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