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패티김의 노래 ‘능금꽃 피는 고향’은 ‘대구 찬가’로 통한다. 하지만 정작 대구에선 사과나무가 실종되고 있다. 반면 30년 전 도(道)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이 대구시와 엇비슷했던 강원도는 이제 당시 재배 면적의 3.5배 수준으로 사과나무 영토가 넓어졌다. 기후변화로 ‘신(新) 사과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1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경북의 사과 재배 면적(2만151ha)은 30년 전인 1993년(3만6021ha)보다 44.1% 줄었다. 대구도 같은 기간 사과 재배 면적이 447ha에서 86ha로 80.8% 축소됐다. 대구·경북은 현재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의 59.7%를 차지해 여전히 사과 1위 산지지만, 재배 비율이 계속 준 것은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점차 더워진 탓이다.
사과는 생육기 평균기온이 섭씨 15~18도 정도인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그런데 여름철 기온이 오르다 보니 사과에 붉은색이 잘 올라오지 않고 생산량도 줄고 있다. 재배 지역은 자꾸 북상해 강원도 사과 재배 면적은 30년 전(483ha)보다 247.6% 증가한 1679ha로 크게 늘었다. 경남·전북은 고지대에서도 재배가 늘었다.
농진청은 온난화에 대응해 ‘지역 맞춤형 사과 품종’을 개발·보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예컨대 대구 군위엔 굳이 빨간색으로 사과가 물들지 않아도 당도가 높은 ‘골든볼’ 품종을 보급하고, 일교차가 큰 강원 홍천엔 일교차가 큰 곳에서 당도가 높아지는 ‘컬러플’ 사과 품종을 심는 식이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다양한 사과 품종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에도 부응하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