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과 ‘비정규직 제로(0)’ 등 핵심 경제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가계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자 계산 방식을 바꿔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조작했고, 분배 지표를 좋게 만들기 위해 고소득층 소득을 축소하는 수법을 썼다. 경제 전문가들은 “모든 경제정책의 출발점은 정확한 통계로부터 시작한다”며 “정책 실패를 숨기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15일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서 “(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등은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소득 늘어난 것처럼 계산 방식 바꿔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 청와대와 통계청은 원하는 통계치가 나올 때까지 계산 방식을 계속 변경했다. 소득 분배가 악화된 통계가 나와 청와대에서 압력을 받던 통계청은,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6월 평균 가계소득마저 427만8000원으로 1년 전(430만6000원)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사전 집계가 나오자 통계 조작에 착수했다.
처음엔 ‘임금 근로자’의 소득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늘렸다. 하지만 그래도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되자,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의 소득에 가중치(취업자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가계소득은 434만7000원으로 불어났다. 통계청은 조작된 결과를 바탕으로 “가계소득이 1년 전보다 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배 지표도 조작의 대상이 됐다. 문 정부는 경제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에 비해 16.4% 올리는 정책을 썼다. 그러나 2018년 5월 소득 5분위 배율 가(假)집계 결과,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배로 솟았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소득이 높은 상위 20%(5분위) 평균 소득을 소득이 낮은 하위 20%(1분위)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이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문 정부는 소득을 부풀릴 때 썼던 취업자 가중치를 없애는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 이 비율을 5.95배로 낮춰 발표했다. 입맛에 맞는 통계치가 나오도록 계산 방식을 바꾼 것이다.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이 이끄는 경제수석실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 “통계 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며 통계청에 요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는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들을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따로 건네 ‘가구’가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는 통계를 만들도록 했다.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비정규직 급증한 원인도 조작
문 정부 청와대는 2019년 10월 “비정규직이 1년 전보다 86만7000명 늘어났다”는 통계청 보고를 받고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이를 해명하는 통계청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당시 통계청은 “비정규직 여부를 조사하는 질문 방식이 바뀐 효과 때문에 실제로는 정규직인 근로자가 비정규직이라고 잘못 답했다”며 이 숫자를 23만2000~36만8000명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숫자를 마음대로 추정하고, 통계청 분석을 이에 맞추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통계청 보고를 받은 뒤 “(숫자가) 이 정도예요?”라며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고 했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한 차례 더 “숫자가 30만에서 50만명 안에 있네요”라며 숫자를 부풀리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통계청은 비정규직 급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질문 방식이 바뀐 효과를 35만~50만명으로 추정해 발표했다. 또 통계청의 보도자료 초안에는 ‘전년 대비 시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청와대의 검토를 거친 뒤 ‘전년도와 단순 비교 불가하다’는 표현으로 바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