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15′의 국내 가격이 알려지면서 ‘환율 조작’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지금보다 높았던 1년 전 환율을 적용해 국내 출고가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1년 전 환율을 적용해 가격을 결정하는 곳은 세상에서 애플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 애플이 불과 1년 전에는 달러 기준 가격 동결을 외치면서도 환율을 이유로 한국 판매 가격을 올렸습니다.
애플 본사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아이폰15 시리즈 공개 행사 때 가격을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와 동일한 799~1199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환율(1달러=1336원)을 감안하면, 799달러인 기본형 가격은 국내에서 약 117만원(부가세 포함)에 출시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이 모델의 국내 출고가를 125만원으로 책정했고, 그 이유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아이폰14 출고가(125만원)에 맞추기 위해 현 환율이 아닌 1년 전 환율(1420원)을 적용한 겁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IMF 환난 때 환율을 적용해 가격 인하했다고 주장해라”는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 측은 전작인 아이폰14 시리즈 출시 때는 거꾸로 환율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달러 기준 가격 동결을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애플 본사는 아이폰14 가격이 13시리즈와 동일한 799달러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 출고가는 달랐습니다. 당시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르자, 국내 출고가를 모델별로 16만~33만원까지 올렸습니다. 애플코리아는 환율과 관세 등을 고려해 국내 출고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환율이 떨어진 올해 국내 출고가는 낮아져야 하는데, 입장이 바뀐 겁니다.
이 같은 애플의 ‘환율 조작’에 시민 단체까지 나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미국과) 세후 가격으로 비교해도 한국이 7% 이상 비싸다”며 “배터리 교체 비용 인상이나 신제품 출시 때마다 한국 소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환율을 적용해 가격을 올려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스마트폰 이용자 중 65%가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애플은 아이폰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기준 환율 조작’마저도 하는 애플의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