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속속 요금을 올리면서,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스트림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반면, 티빙·웨이브·왓챠 등 토종 OTT들은 지난 1년은 물론, 서비스 시작 이후 단 한 차례도 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가입자 증가세 둔화 등 정체기를 맞아 요금 인상, 광고형 요금제 도입 등 수익성 개선에 나고 있지만, 정작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토종 OTT기업들 여전히 검토만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콘텐츠 경쟁만으로도 벅찬데, 요금을 올렸다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거나 가입자 이탈 등 ‘후폭풍’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비싸지는 글로벌 OTT들
아마존은 내년부터 광고형 요금제를 운영하면서, 기존 광고 없는 요금제(월 14.99달러)를 2.99달러 인상할 방침이다. 지금처럼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면 2.99달러를 더 내라는 셈이다. 아마존 측은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에 계속 투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뿐만이 아니다. 디즈니는 오는 10월부터 기본 요금제를 월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올릴 계획이다. 넷플릭스도 최근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기본 요금제(월 10.99달러)의 신규 가입을 제한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광고 없는 요금제의 최저가는 월 15.49달러가 됐다. 사실상 요금제를 올린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이외에도 맥스는 지난 7월 요금을 14.99달러에서 15.99달러, 피콕은 같은 달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올렸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최근 1년새 주요 OTT 서비스 가격이 평균 25% 폭등했다”고 분석했다.
◇눈치만 보는 토종 OTT들
반면, 토종 OTT들은 서비스 시작 이후 단 한 차례도 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는 물론, 티빙(2020년), 웨이브(2019년)는 모두 월 7900원짜리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올리면서 앱마켓 내 요금만 약 14% 올렸다. 물가 상승이 집중됐던 지난 1년여간 주요 글로벌 OTT들이 평균 25%씩 요금을 올릴 때, 토종 OTT들은 ‘요금 동결’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건 다름 아닌 토종 OTT들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192억원, 1217억원의 적자를 냈다. 왓챠도 영업손실이 555억원에 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에서는 유료 가입자가 600만~700만명이 되면 구독료만으로도 사업이 유지가 된다고 보는데, 아직 토종OTT 1등인 티빙도 올해 목표가 500만명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올려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적 당하거나 가입자가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하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쿠팡의 우료 배송 서비스(월 4900원)를 구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팡플레이’가 지난달 월 사용자(MAU) 481만명을 기록해 토종 OTT 1등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티빙·웨이브·왓챠 입장에서는 지금도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쿠팡플레이보다 3000원 비싼데, 가격을 올렸다간 가입자를 뺏길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OTT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는 ‘마스크걸’, 디즈니플러스는 ‘무빙’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고 있어 콘텐츠 경쟁을 위해서라도 요금을 올리거나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