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움증권에서만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을 발생시킨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의 배후 주가조작 세력에 작년 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금속의 오너 가족이 깊숙이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금융 당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대양홀딩스컴퍼니(대양금속 최대 주주)의 지분 96%를 갖고 있는 이옥순씨의 아들 공모씨와 A 투자조합의 실질 운영자인 이모씨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조사해 최근 검찰로 넘겼다. A 투자조합은 작년 대양금속이 한 사모 펀드에서 영풍제지를 1289억원에 인수할 때 자금 100억원을 빌려줬다. 이후 대양금속은 A 투자조합에 영풍제지 지분을 일부 매도하면서 이 돈을 갚았다.
그런데 대양금속은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도, 막상 13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공씨는 사채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도 돈이 모자라자 ‘주가를 띄워서 매매 차익을 보거나, 주식 담보 가치를 높여 추가 대출을 받자’는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실제 주가조작은 이씨를 비롯한 A 투자조합 관련자 5명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 투자조합 입장에서도 대양금속에서 사들인 영풍제지 주가가 올라가면 이득인 구조였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무려 2만9000여 회에 걸쳐 주가조작을 했다. 주가조작으로 작년 10월 3000원대였던 영풍제지 주가는 최근 4만원대가 돼 1년 만에 13배로 급등했다. 주가조작 과정에는 매매 양측이 서로 짠 가격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통정매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넣는 ‘고가 매수’, 대량 매수로 시장에 나온 매도 물량을 모두 빨아들이는 ‘물량 소진’ 등 갖가지 기법이 총동원됐다. 주가조작으로 공씨와 이씨 등 시세조종 세력이 거둔 부당이득은 29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지난 8월부터 영풍제지 주가에 이상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 왔다. 한국거래소가 영풍제지를 올해 두 차례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도 시세조종 징후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이 사건 피의자 중 4명을 구속했고, 피의자들의 예금 계좌 등을 동결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