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의 꽃향을 담은 전통주를 만드는 금군양조의 김원형 대표는 좋은 술을 국내 유통은 물론 수출까지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지난 2월 국세청에 도움을 구했다. 금군양조는 2020년 창업한 신생 업체다. 국세청 직원들은 우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수출 담당자와 연결시켜줬고, 이번에 국내 맥주 업계 1위 업체인 오비맥주와 협력해 홍콩으로 국화주, 벚꽃주 등을 수출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주류에 대한 판매·유통 관리를 하는 국세청이 전통주 수출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전통주 부흥 작전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 메이저 주류 회사 수출망을 활용한 전통주 수출을 처음 추진해 우리 술을 만드는 9개 업체 19개 제품의 수출을 성사시켰다”고 20일 밝혔다.

장수오미자주, 금산인삼주수삼23, 필25, 추사애플와인 등과 같은 전통주를 미국, 중국, 호주 등에 처음 선보이게 되는 것이라는 국세청 설명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금까지 ‘규제 중심’의 행정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하면서 ‘우리 술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라고 했다.

국세청은 수출 주류에 ‘K-술(K-SUUL)’이라는 라벨을 붙여 우리 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현장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도 적극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국산주류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을 조기 시행할 예정이다. 기준판매비율은 일종의 ‘할인율’ 개념인데, 기준판매비율을 빼고 나머지를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류업체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 경쟁력 확보 등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국세청 설명이다. 또 전통주 사업자들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도록 주세 신고를 간소화하고, 막걸리에 향료를 섞으면 ‘기타주류’로 분류돼 세 부담이 6배(5→30%) 늘어나는 문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날 국세청이 마련한 ‘K-SUUL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우리 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보관과 이동이 쉬운 증류주 육성이 필요하다”면서 “지역 특산품을 적극 활용해 우리 술만의 차별화된 제품 개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