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는 최고 금리 제도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한국보다 훨씬 높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규제가 없고, 다만 우리 대부업과 유사한 페이데이(payday)론 사업에 대해 주(州)마다 연 환산 100~1000%의 이자 상한을 적용 중이다. 영국은 부작용 우려로 도입을 미뤄오다 2015년에야 하루 0.8%(연 환산 288%)인 이자율 상한제를 도입했다. 독일은 판례로 폭리성(性) 이자를 무효로 보지만, 일률적인 최고 금리 기준은 없다.
일본은 최고 금리를 인하했다가 불법 사금융을 촉진한 전례가 있다. 1970년대 일본 서민층이 대부업자의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현상이 사회 문제로 번지자, 일본 정부는 1980년대부터 연 109.5%에 달했던 최고 금리를 수차례 인하해 연 20% 수준까지 낮췄다.
최고 금리가 낮아지자 일본 대부업체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며 폐업이 속출했다. 2004년 2만3000여 개였던 일본 대부업체 수는 2020년 1647개로 16년 만에 무려 93%가 사라졌다. 동시에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리지 못하는 서민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 피해가 급증했다. 일본 불법 사채업권의 이자율은 합법 이자율의 최고 2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 20%인 국내 최고 금리를 올려야 대부업자들이 설 자리가 생긴다”고 말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 입장에선 연 20% 이상의 이자를 내더라도, 아예 대출이 안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다. 폭리를 취하는 불법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릴 유인도 사라진다.
최고 금리가 시장 금리와 연동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금리 상황에선 최고 금리도 따라 높아져야 대부업체들의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당장 최고 금리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면 연 10%대 금리를 적용하는 햇살론 같은 정책금융 상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 당국도 최고 금리 인상보다는 정책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