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3개월 만에 조직 개편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사내 흩어져있던 AI(인공지능)·메타버스·정보보안 등 IT(정보기술) 분야 관련 사업부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나로 통합하고, 외부 전문가를 담당 사업부 수장으로 영입하는 등 기존 통신 회사의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KT 고위 인사는 “앞으로 통신사도 AI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을 먹거리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통신 사업을 등한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통신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IT 영역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흩어진 IT 사업 한곳에 모은 ‘기술혁신부문’ 신설

KT는 기존에 CEO 아래 있던 경영기획부문 등을 없애는 동시에, IT 부문과 융합기술원(R&D)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을 신설했다. 소프트웨어·정보보안 분야를 담당했던 IT 부문과 AI·메타버스 등을 맡았던 융합기술원이 합쳐진 부서다. 앞으론 이곳에서 분산돼있던 IT 관련 사업을 한곳에 모아 기술 개발 역량이 집약된 ‘원팀’을 꾸리겠다는 의도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술혁신부문 산하에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KT컨설팅그룹’도 새로 마련했다.

특히 그동안 부업처럼 여겨졌던 IT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신설된 부서에는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기술혁신부문장(CTO)에는 일본 야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친 IT 전문가 오승필 현대카드 디지털본부장을 부사장으로, KT컨설팅그룹장에는 삼성SDS, 아마존웹서비스, LG CNS 등을 거친 클라우드 전문가 정우진 디지털엑스원 대표를 전무로 각각 영입했다. KT는 앞으로도 IT 분야의 실무진에서도 더 많은 외부 인재를 수혈해 기술 역량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KT 주요 부문장(부사장급) 인사. 왼쪽부터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 이용복 법무실장,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 안창용 엔터프라이즈 부문장./KT 제공

◇임원 20% 감축... 신뢰 회복 위해 외부 인재 영입도

KT는 김영섭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CEO·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둘러싸고 ‘내부 카르텔’ 문제가 불거졌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전임 경영진의 하청 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에 이날 KT는 신뢰도 회복을 위한 조직 쇄신도 단행했다.우선 경영지원, 법무, 윤리(감사) 담당 부서장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해, 내부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경영지원부문장(CSHO)에는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을 지낸 임현규 부사장, 법무실장에는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이용복 부사장을 임명했다. 감사실장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이날 인사를 실시해 사내 임원급 인원 수도 20%가량 줄였다. 이에 따라 상무 이상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줄어들었다. KT 관계자는 “핵심 보직마저도 KT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됐던 기존 관행을 없애고, 앞으로도 온전하게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시에 실력을 인정받은 내부 출신들에게는 주요 보직을 맡겼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통신·IPTV(인터넷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커스터머부문장에는 부문장 직무대리를 수행해온 이현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기업 디지털전환(DX) 등 B2B(기업간거래)를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에는 대구·경북광역본부장이었던 안창용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맡겼다. 김영섭 대표는 “이번 조직 개편은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