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던 국제 금 가격이 3년4개월 만에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1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8% 오른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89.7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기록한 직전 사상 최고 가격 2069.40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치솟는 금값을 누르기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도 역부족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스펠만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우리가 충분히 긴축적 기조를 달성했는지 자신 있게 결론 내리기는 아직 이르며, 금리 인하 시점을 추측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만약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FXTM의 시장분석가 루크만 오투누가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긴 너무 이르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금 가격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했다”고 말했다.

통상 금 투자에선 현금 흐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져 채권의 이자가 줄면 금의 투자 매력은 높아진다. 그런데 이미 시장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달 14일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낮은 3.2%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부터다.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면 더 이상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엔 아예 미국이 내년 초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캐피털 설립자는 지난달 28일 블룸버그 TV에 출연, “연준이 내년 1분기 이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상승세를 내다본다. 뉴엣지 웰스 자산운용의 벤 에몬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일 CNBC에 출연해 “매년 12월은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이고,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늦추면서 금 수요가 늘어나 금값이 21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게이지는 3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도 19개월 만에 3만9000달러를 넘어섰다.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3일 오전 3만9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4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 3만4000달러대에 머물렀으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미 규제 당국에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크립토뉴스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것이 비트코인 상승세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