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거시 경제·금융 현안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자리했다. /기획재정부

태영그룹이 대주주들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윤석민 회장 등 대주주들의 사재(私財)인 티와이홀딩스 지분(33.7%)을 담보로 내놓는 것은 채권단과 금융 당국이 요구한 추가 자구안의 핵심이었다.

앞서 태영그룹과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이 태영건설에 제대로 지원됐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고, 한때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태영 측이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이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쓴 것이 발단이었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변제에 사용한 자금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목적일 뿐, 태영건설을 지원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지만, 태영 측은 “태영건설을 대신해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기 때문에 태영건설에 지원한 것이 맞는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태영 측 약속 이행에 분위기 급반전

팽팽하게 맞서던 양측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8일 태영 측이 그동안 태영건설에 지급하지 않았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890억원을 추가로 완납하면서부터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완납을 통해 태영 측이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평택싸이로 등의 지분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기존 자구 계획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티와이홀딩스는 윤세영 창업 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부회장에게 SBS 주식 117만여 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330억원을 빌리는 등 890억원을 마련해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골프·리조트 계열사인 블루원에서 100억원을 추가로 빌렸고, 티와이홀딩스 회삿돈까지 투입했다.

이날 오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는 태영 측의 약속 이행에 대해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회의 직후 금융 당국은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면서도 채권단에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 진행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채권단 75% 동의받는데 큰 문제 없을 듯

기존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에 이어 채권단과 금융 당국이 태영 측에 추가적으로 요구했던 ‘플러스 알파 (+α)’까지 이행하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기존 자구안이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워크아웃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라며 “이에 따라 지주사 지분을 담보로 돈을 마련하는 추가 자구안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오전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의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사안을 논의한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의결권이 33%에 달해 워크아웃 개시에 필요한 75%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논의가 가장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권과 건설공제조합, 새마을금고·신협의 채권 의결권을 모두 합하면 워크아웃 동의를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