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7개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한투, 메리츠) 회장,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과 함께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뿐만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태영건설이 신청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이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를 포함한 태영그룹 전반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보증채무 청구, 태영홀딩스에 집중돼

이런 ‘지주사 유동성 지원’ 발언 배경엔, 최근 이 원장이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을 직접 만나 티와이홀딩스의 어려운 자금 사정에 대해 설명 들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일 신년 간담회 이후) 윤세영 회장이 보자고 해서 한 번 만났다”며 지난주 중후반 이후부터 (태영 측의 자구 의지에 대해) 상당한 불신이 쌓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만남에서 윤 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보증채무 청구가 티와이홀딩스에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을 한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해 일부 자금으로 태영건설 대신 티와이홀딩스를 방어했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특정 계열사의 워크아웃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그룹) 유동성을 챙겨 봐야 한다”며 채권단이 (티와이홀딩스에) 보증 채무 정구를 일제히 해 해당 기업의 유동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워크아웃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협의 과정 막판에 금융 감독 당국의 이 원장과 태영그룹의 윤 회장이라는 ‘투 톱'이 만나 큰 그림 차원에서 협상의 물꼬를 튼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금융당국, 부동산 PF 정상화 속도낼 듯

이 원장은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금융사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취약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돼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사가 보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은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의 정상화 추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동산 PF사업장을 전체적으로 종합 점검해 사업성이 없는 PF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PF 문제는 작년부터 채권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대주단협약을 가동하는 등 연착륙 유도가 이뤄지고 있어 시스템리스크 발생 등의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많지만,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