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제공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쇼핑몰 홈페이지에 표시해둔 자신의 계좌로 누군가가 30만원을 입금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해 계좌가 정지된 것이다. 은행에서는 “당장 지급정지를 풀 수 없고 추가 피해자 확인에 두 달이 넘게 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 사기범으로부터 “지급정지를 풀어줄 테니 300만원을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소위 ‘통장 묶기’란 수법에 당한 것이다. 통장 묶기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거래를 동결시키는 ‘금융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신종 사기 수법이다. ‘핑돈(피싱 피해금)’, ‘통장 협박’ 등으로도 불린다.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해야 한다. 신고인이 요청하면 지급정지를 바로 풀 수 있지만, 신고를 당한 피해자는 지급정지를 바로 풀 수 없다. 이 점을 사기범들이 악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누군가 의뢰를 받고 원한 있는 사람의 계좌에 돈을 보낸 다음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해 계좌를 묶어버리는 ‘통장 묶기 복수 대행’ 서비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종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들이 늘자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통장 묶기’에 대응해 ‘통장 묶기 즉시 해제 제도’를 도입한다고 22일 밝혔다. 금융권 최초다. 지난해 케이뱅크에 접수된 전체 지급정지 건수 중 약 30%가 통장 묶기로 추정된다.

케이뱅크는 고객이 통장 묶기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되면 검증 절차를 거쳐 1시간 이내 지급정지를 풀어주기로 했다.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입금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지급정지를 해제한다. 예컨대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20만원이 입금돼 계좌가 지급정지된 경우, 20만원만 묶어두고 나머지 모든 금융거래는 풀어주는 식이다.

이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장 묶기 피해자 입장에선 편리한 제도”라면서도 “다른 시중은행에서 범용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제도일 수 있다”고 했다. 통장 묶기의 피해자가 아닌데도 풀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