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쟁 당국이 애플의 독과점 행위에 대해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것과 달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는 배달 플랫폼들의 배달 수수료 문제에 대해 업계 자율에 맡기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배달의민족은 지금까지 한 번도 수수료 문제 때문에 공정위 제재를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당국이 수수료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만약 특정 플랫폼의 수수료가 높다면 가맹점·소비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면 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작년 플랫폼과 입점 업체들이 참여하는 자율 규제 기구를 만들어 배달 수수료 등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사실상 ‘관계자들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입장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단순히 수수료를 올리는 것을 넘어 가맹점의 다른 플랫폼 입점을 방해하는 등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다면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배달 플랫폼 요기요가 가맹점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4억여 원을 부과했다. 소비자 단체와 식당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배달 플랫폼사의 각종 갑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가 최근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을 무기 연기한 것도 비판받고 있다. 이 법은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회사들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해 끼워 팔기 같은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당초 이 법 제정에 적극적이었지만, 국내 플랫폼 업계와 미국 재계 등이 반대하고 나서자 지난 7일 법안 내용 공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너무 느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작년 2월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팔아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 혐의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에 유튜브 뮤직은 국내 1위 음원 플랫폼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가 끝날 무렵에는 멜론·지니 등 국내 음원 플랫폼업체들은 이미 초토화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