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시장을 재편하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쓰나미(slow-moving tsunami)가 될 것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선언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린 평가다. 당장 세계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일본은 전 세계 주요국에 돈을 가장 많이 빌려준 국가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WSJ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많은 자금이 일본에 묶이면, 미국 모기지 금리부터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금융까지 모든 것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선 20조달러(약 2경6700조원)로 추산되는 막대한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자금 중 일부가 일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빌려서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그간 일본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일본인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 금액은 14조8650억원으로 집계됐다. 14조원 넘는 일본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자금 이탈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전무는 “일본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엔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마이너스 금리 철회 후에도 일본은행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한일 금리 차는 지속되고 엔고(高)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금리 자체보다는 엔화 가치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엔고 추세가 강해지면 엔캐리 자금의 일본 회귀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일본 수출 기업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사상 최고치를 뚫은 일본 증시 닛케이평균의 고공 행진도 주춤해질 수 있다.
중국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중국 수출 업체가 이득을 보고 전기차·반도체 등 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소폭 올라 달러당 150엔 선을 넘었다. 엔화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0.66% 오른 4만3.60엔으로 마감해 4만엔 선을 회복했다. 교도통신은 “당분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큰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우세해졌고, 일본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움직여 투자자들이 안심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