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작년 11조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본 탓에 올해 내야 하는 법인세 금액이 ‘제로(0)’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왔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한 푼도 안 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세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자회사까지 포함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6조6000억원가량이었다. 하지만 외국에 세금을 내는 해외 현지 법인이나 자회사 등을 제외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1조5000억원 적자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3월 납부하는 법인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는 회사가 이익을 봤을 때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적자를 본 기업은 내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않은 것은 지난 1972년 이후 52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후 1971년까지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이후 재작년까진 계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납부할 법인세액이 없는 건 1972년 이후 52년 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앞으로 일부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적자를 본 기업은 흑자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적자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감면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재무제표에 따르면, 작년 실적으로 계산한 법인세 비용은 약 -7조9000억원이다. 다만 법인세는 개인 소득세처럼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추후 법인세가 발생할 때 그만큼 깎아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조9000억원은 회계상의 숫자이고, 실제 상계되는 금액은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줄곧 ‘법인세 납부액 1등’이었던 삼성전자가 납부를 하지 않게 되면서, 올해 전체 법인세 세수도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법인세가 올해 77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작년 예산안보다 27조3000억원(26%) 줄어든 것이다.
올해 소득세와 유류세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2월까지 소득세는 24조1000억원 걷혀 작년보다 3000억원가량 줄었다. 주요 대기업이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여파다. 또 정부가 원래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하면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