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친·인척들이 쿠팡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인(총수) 지정의 예외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친동생 부부가 쿠팡의 미국 모(母)기업인 ‘쿠팡Inc’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국의 판단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씨 부부는 쿠팡Inc의 미등기 임원이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 지분을 100% 갖고 있는 미국 모회사다. 부부는 각각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총괄’ ’인사 관리 전산 시스템 운영 총괄’ 등 직함을 갖고 있다. 이들은 쿠팡Inc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쿠팡 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파견 형식으로 나와 있다고 한다. 부부의 작년 연봉은 각각 3억~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 동생 부부가 임원급으로 일하는데도 공정위가 ‘친족의 경영 관여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이들이 소속된 쿠팡Inc가 한국이 아닌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예외 조건인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지 않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대기업 집단 제도 자체가 국내 계열사에 한정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인 지정의 예외 조건에도 ‘국내 계열사’가 기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법 적용이 “형식 논리에 치우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친족을 ‘외국 계열사’ 임원으로 두고 국내에 파견 형식으로 일하게 한다면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예외 조건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단순히 소속 회사의 국적만 본 것이 아니라, 실제 경영상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김 의장을 동일인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후 김 의장 가족이 국내 쿠팡 경영에 관여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김 의장에게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를 적용해 형사 고발 등 엄중한 조치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