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 등으로 ‘잃어비린 30년’을 벗어나 성장에 시동을 거는 듯했지만,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간 소비가 여전히 부진해 다시 침체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하고 환산한 연율로는 -2.0%다. 이는 각각 시장 예상치인 -0.3%, -1.5%보다 더 위축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자동차의 자회사인 다이하쓰의) 성능 조작 사건으로 자동차 생산·출하가 정지되면서 소비와 설비 투자가 부진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분기별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2%, 2분기 1.0%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3분기에 –0.9%로 크게 감소하더니 4분기 0%로 다시 돌아선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민간소비(-0.7%), 설비투자(-0.8%), 수출(-5.0%) 모두 부진했다. 특히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4분기 연속 역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에서 개인 소비가 4분기 연속 위축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년 1분기 이래 15년 만이다. 설비투자는 승용차와 트럭 등에서 부진했고, 굴착기 등 생산용 기계도 성장을 끌어내렸다. 수출은 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인데, 다이하쓰 사태로 자동차 출하가 줄어든 게 영향을 줬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지진과 다이하쓰 사태 등으로 일시적 요인들이 있었다”며 “2분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달러당 160엔대까지 가는 초(超)엔저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 중인 일본은행의 고심도 더 깊어지게 됐다. 초엔저를 벗어나 적정한 수준으로 엔저를 유지하려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하고 소비와 경기를 부양하려면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 아타고 노부야스 라쿠텐 증권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중앙은행은 GDP 수치를 무시할 수 없다”며 “당장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