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쿠바에서 온 특별한 손님' 세션에서 체 게바라(1928~1967)의 딸이자 소아과 전문의인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64) 박사가 정경원 한국외대 명예교수와 대담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한국 정부의 담력이 대단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쿠바 혁명의 대명사 체 게바라(1928~1967)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64) 박사는 22일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쿠바에서 온 특별한 손님’ 세션에서 최근 쿠바와 수교를 맺은 한국 정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게바라 박사는 “한국이 미국의 제재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바와 수교를 맺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쿠바 국민들은 한국을 환영하고 있다”며 “양국의 교역이 더욱 활발해져 한국의 선진 기술이 쿠바 산업 발전, 특히 의료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게바라 박사의 이번 방한은 지난 2월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를 계기로 성사됐다. 쿠바는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시장경제 체제는 허용하고 있다. 의사였던 부친의 뒤를 이어 소아과 의사가 된 게바라 박사는 쿠바를 거점으로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에서 의료 활동을 펼쳤고, 개발도상국의 인권 보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게바라 박사는 “체 게바라의 딸이라는 이유로 받은 많은 사랑과 혜택을 보답하기 위해 의료인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 게바라의 2남3녀 중 둘째 딸이다.

게바라 박사는 이번 수교가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수의사인 내 여동생도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해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며 “상대 문화를 알게 되면 교류를 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게 되고, 국민 개개인이 하는 일이 정부가 하는 일보다 어떤 측면에선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