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3년여간 물가가 13% 가깝게 뛰어올라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인 여파로 민간 소비 증가율이 5%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가계가 보유한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금융 자산 비율이 높은 고령층과 전세 사는 청년층의 타격이 컸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가계 소비 바스켓과 금융 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2.8%로 집계됐다. 연 평균 물가 상승률은 3.8%로, 2010~2019년 평균(1.4%)의 2배를 훌쩍 넘었다. 특히 식료품, 에너지 등을 포함한 상품 물가가 2010년대에 비해 세 배 가깝게 올랐다.
보고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감소를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물가가 올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든 측면과 자산 가치가 감소해 돈을 덜 쓰게 된 측면으로 나눈 것이다. 한은 분석 결과, 2021년부터 실질 구매력 축소가 소비 증가율을 떨어뜨린 효과가 약 4%포인트였고, 자산 가치 하락이 약 1%포인트의 영향을 줬다. 이 기간 누적 소비 증가율(9.4%)을 고려할 때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소비가 14% 이상(9.4%+5%p) 늘 수 있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 상승률이 각각 16%, 15.5%로 청·장년층(14.3%)나 고소득층(14.2%)보다 2%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고령층과 저소득층은 식료품 등 필수재 소비 비중이 더 높은데 이들의 물가가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진 충격은 고령층과 일부 청년층이 더 크게 받았다. 고령층의 경우 부채보다 금융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산 가치가 더 많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고,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층은 전세 보증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됨에 따라 물가 때문에 가계 소비가 위축되는 효과도 약화될 것”이라며 “다만 고물가는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정적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