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키스 브리지’에서 한 연인이 입을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 DB

경기 화성에 사는 서모(35)씨는 7년간의 장기 연애를 거쳐 2년 전 결혼했다. 서씨는 “아내와 오래 연애하는 동안 크고 작은 문제로 숱하게 다투면서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율했는데, 연애 때 경험이 지금 결혼 생활에 큰 버팀목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초혼(初婚) 증가와 함께 결혼·이혼 통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결혼한 지 10년 이내인 부부들의 이혼이 줄어드는 것이다.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晩婚)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번 결혼하면 쉽게 갈라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픽양진경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2만2744쌍의 부부가 이혼했다. 작년 1분기에 비해 이혼 건수가 0.1% 늘었는데, 결혼한 지 20년 이상인 부부의 ‘황혼 이혼’이 8056건에서 8460건으로 5% 불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반면 결혼한 지 10년이 안 된 부부의 이혼 건수는 7858건으로 1년 전보다 6.8% 줄었다. 특히 결혼 5년 미만 부부의 이혼은 3792건으로 1년간 감소폭이 10%에 달한다.

통상 혼인이 줄면 이혼도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결혼 10년 미만인 부부들의 이혼 건수가 줄어드는 속도는 특히 빠르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1분기 기준으로 전체 이혼 건수는 10.2% 줄었는데, 10년 안 된 부부의 이혼은 같은 기간 26% 급감했다.

결혼을 잘 안 하거나 늦게 하는 대신 신중하게 배우자를 고르고 부부간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년 전 결혼한 직장인 한모(35)씨는 “명절과 양가 어른, 제사 등의 문제로 30년 넘게 쇼윈도 부부처럼 살아온 부모님을 보며 아예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었는데, 남편이 ‘할 도리는 하되 각자의 집안 문제는 알아서 풀자’, ‘육아휴직은 번갈아 하자’고 했다”며 “시부모도 ‘너희들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주의라서 큰 문제 없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은 소득이 높은 이들을 중심으로, 다소 늦더라도 여러 조건을 따져서 준비된 결혼을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일단 결혼했다가 얼마 안 돼 이혼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