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종부세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징벌적인 수준으로 강화된 종부세를 완화한 후 세계 유일의 종부세는 전면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었는데, ‘사실상’이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사실상 전면 폐지’라는 표현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세수 때문이다. 성 실장은 “종부세를 당장 전면 폐지하면 세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연간 4조2000억원(지난해 기준)가량의 종부세 수입이 한 번에 끊기며 나라 곳간이 비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종부세는 전액 17개 시도의 교부금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종부세를 전면 폐지할 경우 전국 지자체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며 “종부세 폐지가 ‘부자 감세’로 해석돼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점도 대통령실과 정부 모두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성 실장은 “초고가 1주택자나 보유 주택 가액의 총합이 고액인 다주택자들은 계속 종부세를 내고, 나머지 분들은 안 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보유한 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초고가인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종부세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주장과도 결이 다른 것으로, 주택 수와 관계없이 아주 비싼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종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1주택자 종부세만 폐지하고 그리 비싸지 않은 주택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 종부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성 실장은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금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종부세 부담을 덮어쓰게 된 다주택자들이 주택들을 대거 팔고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로 바뀔 경우 전월세 매물이 씨가 말라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저가의 주택을 여러 개 보유해 노후 임대 소득을 얻으려는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종부세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