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간 해외여행을 앞둔 김모(34)씨는 앱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로 저렴한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기를 선택했다. 비교 서비스에서 조회된 보험료는 5000~6000원이었는데, 이곳에 올라온 한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조회한 실속형 상품의 보험료가 더 쌌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장 범위를 통일해 조회하기는 비교 서비스가 편리하지만, 더 저렴한 상품을 찾으려면 손품을 파는 게 낫다”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작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올해 출범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이용자가 많은 핀테크 플랫폼에서 보장 범위를 같게 해서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1월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용종보험, 저축보험에 이어 이달엔 여행자보험, 펫보험까지 비교·추천 서비스가 나왔다.
그러나 정작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한 보험사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한 데다, 플랫폼에서 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는 게 보험료가 더 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갈등, 이해관계 첨예
그동안 보험을 비교하려면 각 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보를 하나씩 입력해 상품들을 비교해야 했다. 그런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필요한 보장 내용을 같게 해서 한 번에 상품을 나열해 주기 때문에 더 저렴한 곳을 찾아 가입하기가 쉬워진다며 도입하게 됐다.
그러나 막상 서비스가 출범하고 보니 기대와 달랐다. 지난주 출시된 여행자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원래 9사가 네이버페이에서 비교 서비스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플랫폼인 네이버페이와 보험사들의 수수료 입장 차이로 6곳으로 출범하게 됐다. 네이버페이 측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아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보험사들은 네이버페이가 주장하는 수수료 수준이 금융 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누군가 이익을 보는 만큼, 누군가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리거나 내리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애초에 업계에서 조율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적도 없다”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싼 여행자 보험을 찾으려면, 비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여러 보험사를 직접 비교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같은 날 카카오페이에서 출시한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애초에 보험 업체 간 이해관계가 갈려 조율에 시간이 걸리면서 출시가 미뤄졌다. 결국 3곳만 참여한 채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품 구조도 다르고, 각 회사에서 내놓은 상품의 보장 범위도 달라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흥행 부진 자동차보험 비교
올해 1월 출시한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도 흥행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49만여 명이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실제 계약은 10분의 1 정도인 4만6000건에 불과했다. 자동차보험은 상품 설계와 보장이 비교적 단순해 표준화하기 쉽고, 의무보험으로 이용자가 많은 만큼 소비자 호응이 높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플랫폼 중개 수수료를 자동차 보험료에 반영하면서, 각 사에서 직접 가입하는 것보다 비교 서비스를 통해 가입하는 게 보험료가 더 높았다. 결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보험료를 비교하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한 번 더 비교하거나,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따로 가입해야 더 저렴하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단순 보험 비교를 위해서는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서 상품 정보를 공시하고 있는 ‘보험 다모아’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플랫폼 서비스와 같이 조건을 통일해 비교할 수 있고, 더 많은 회사들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어서다. 다만 ‘보험 다모아’는 상품 정보와 보험료를 비교할 수만 있을 뿐, 이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