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시장이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표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 미국 내 매장의 지난 2분기(4~6월) 매출은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가격 인상으로 평균 결제액은 증가했지만 방문 고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크리스 켐프진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작년부터 특히 저소득 가구의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올해도 이런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온라인 금융 서비스 기업 렌딩트리의 지난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8%가 패스트푸드를 ‘사치품(luxury)’으로 인식했다. 가격이 비싸져서다. 62%는 가격 상승으로 섭취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으며, 65%는 최근 6개월간 패스트푸드점 영수증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맥도널드는 결국 지난 6월 말 ‘5달러 세트’ 메뉴를 꺼내 들었다. 치킨 버거, 작은 사이즈 감자튀김, 치킨 너겟 4개, 음료로 구성한 이 세트는 당초 7월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8월까지 판매가 연장됐다. 웬디스가 3달러 아침 세트를, 버거킹도 5달러 햄버거 세트를 출시하는 등 미국 외식 업계가 저가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줄이려 마음먹으면 줄일 수 있는 이른바 ‘재량(discretionary) 소비’는 감소 폭이 더 크다. 초콜릿 제조 업체 허쉬는 유기농 제품의 2분기 순매출이 6분의 1토막 났다고 했다. 영국 주류 업체 디아지오는 북미 지역에서 최근 1년 동안 조니워커 판매가 10% 줄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2분기 미국 매장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다고 밝혔다. 1분기(-3%)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스타벅스는 이를 두고 “신중한 소비자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이션와이드뮤추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잔치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당시 쌓아온 저축이 고갈되고, 저소득층의 신용 문제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고용 시장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시간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미국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6.4로, 8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