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장중 5% 이상 동반 급등하면서 증시 과열에 제동을 거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0.60포인트(3.30%) 오른 2,522.15, 코스닥 지수는 41.59포인트(6.02%) 오른 732.87에 장을 마감했다. /뉴스1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던 한국과 일본, 대만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서비스업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표가 발표돼 경기 침체 공포를 누그러뜨렸고, 전날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과도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불안의 단초가 됐던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80.60포인트(3.3%) 오른 2522.15에 마감하며 전날 폭락(-8.77%)에서 벗어났다. 개장 초 한때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이 너무 많아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날 11.3% 하락한 코스닥 시장도 6.02%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10.23% 폭등했다. 이날 상승 폭(3217엔)은 사상 최대였다. 전날 12.4% 폭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는데,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전날 8.35% 내렸던 대만 가권지수도 3.3% 상승세로 마감했다.

전날 밤 뉴욕 증시 장중에 발표된 낙관적인 경기 지표가 글로벌 시장의 투매 열기를 진정시키는 데 한몫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48.8) 보다 2.6포인트 오른 51.4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PMI는 매달 370개 이상 기업의 구매·공급 담당 임원에게 경기 상황 및 전망을 물어 산출한다. PMI가 기준치 5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7월 수치가 한 달 만에 경기 확장·위축을 가르는 기준선 ‘50′을 회복하면서 미국 증시의 낙폭을 줄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CNBC에 출연해 “고용 지표가 기대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 침체 상황 같지는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일부 지표에서 경고등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미국 경제가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에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경기 침체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 7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일시적 해고’가 많이 늘어난 점과 허리케인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영구적인 해고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지는 않다”며 “현재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는지 또는 악화하고 있는지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실업률이 격발한 경기 침체 논란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는 지난 2일 미국의 7월 실업률이 발표된 후 본격화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했던 미국의 노동시장 덕분에,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지탱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9개월 만의 최고치인 4.3%로 튀어 오른 7월 실업률이 미국 경제 선순환의 중심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아쇠로 지목됐다. JP모건의 주식 전략가들은 최근 금융 시장 패닉을 두고 “‘골디락스(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상태)’를 너무 기대한 결과였다”며 “이 같은 문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 경기 침체 논란 중 가장 많이 조명받은 경제 용어는 ‘삼 법칙(Sahm Rule)’이다. 삼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의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6월 0.43%포인트였던 ‘삼 법칙 불황 지표’는 7월 0.53%포인트로 폭등했고, 시장은 이를 일제히 경기 침체 신호로 인식했다.

하지만 이 지표를 고안한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아 삼 박사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5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불황 단계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 이민(移民)이 급증한 것을 포함해 노동력 구성의 극적인 변화가 있어 실업률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실업률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나면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노동시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7월 실업률이 높았고, 허리케인 베릴의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침체 지표로 보는 시장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미 경기 침체” 지적도 여전

하지만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 경로를 밟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5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 경제를 ‘불황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 심리의 지속적 악화, 유통업체 아마존이 내놓은 소비 지출 약화 경고 등을 불황 지표로 들었다.

그래픽=박상훈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를 ‘당뇨 전(前) 단계’에 비유했다.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혈당이 충분히 높아서 당뇨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체중을 줄이고, 식단을 개선하고, 운동을 더 하면 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금리 인하와 같은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증권학계 권위자인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명예교수는 5일 CNBC 인터뷰에서 “이미 연준의 실업률 목표치인 4.2%를 넘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9월 FOMC 회의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긴급 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뒤, 9월 회의에서 다시 0.75%포인트 추가로 내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수준보다 1.5%포인트 이상 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 법칙(Sahm Rule)

2019년 미국 연준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개발한 경기 침체 분석 기법.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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