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상법학계에서는 회사와 주주이익이 동일하며 충실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견해가 다수임에도, 현실은 이와 달리 운용된다”며 “이에 일부 회사들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금감원에서 열린 지배구조 개선 관련 학회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그는 “국내 증시의 투자자 보호 미흡이 밸류업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개별적 규제방식보다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과 낮은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미흡, 일반 주주 주식가치 침해가 빈번한 상황을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으로 거론하며 국내 증시의 투자자 보호 미흡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및 과도한 책임 제한방안 등에 대한 학계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과 황선오 금융투자 부문 부원장보,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5인이 참석했다.

학계에서는 현행 상법의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이익 보호가 전제됨에도 법원이 조문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에 의의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회사와 이사 간 위임의 법리 등 회사법 체계를 고려할 때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시 이사의 과도한 책임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대안으로 제시된 배임죄의 폐지 시기 및 범위 등은 깊이 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 원장은 “충실의무 논의가 상법 관련 사항이기는 하나, 투자자 및 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 감독기관인 금감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관 부처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