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30대 엄마들이 골머리를 앓는 것 중 하나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운영 시간이다. 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부터 12시간 동안 운영하는 게 원칙이지만, 실제 등·하원 시간은 어린이집마다 천차만별이다. 직장 출근 시간인 오전 9시에야 아이를 받는 곳도 있고, 아이를 일찍 보내거나 늦게 데리러 가면 눈치를 주는 곳도 부지기수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워킹맘 이모(31)씨는 “네 살배기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6시 조금 넘는데, 6시가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혼자 남았다’고 전화를 하는 통에 마음이 급해진다”고 했다.
워킹맘과 골드미스처럼 30대에도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며 경력 단절은 줄어들고 있지만, ‘엄마는 전업 주부’라는 인식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소하려면 직장과 학교 등에서 맞벌이 부부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 사회 시스템 전체가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40대 대기업 과장 A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느라 출근 시간을 늦추겠다고 하면 직장 상사들로부터 ‘애기 엄마에게 맡기면 안 되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자녀를 돌보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있는데, 국내 회사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항상 여성 경력 단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성의 고용률이 증가하다가, 2000년대 초부터 코로나 시기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고용률은 2001년 57%에서 2011년 53.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5.4%로 올랐지만, 여전히 20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시 미국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여성부터 바깥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남녀 임금 격차를 좁히고 유연 근무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 방식도 남녀 모두 활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