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로 20대나 40·50대보다 낮았던 30대 여성의 고용률(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3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일한다는 뜻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고용률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은 10대 후반보다 20대가 높고,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30대에 낮아졌다가 40·50대에 다시 높아지고 60세 이후 꺾이는 패턴을 보였다. 그래프로 그리면 알파벳 ‘M’ 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M 커브(M-curve)’로 불렸다. 하지만 일·가정의 양립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성 경력 단절의 상징인 M 커브가 사라진 것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68%로 40대(66%)와 50대(67.8%)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 가운데 1위가 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1년 전에는 30대 여성 고용률(64.4%)이 50대(66.8%)와 40대(64.7%)에 이어 3위였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30대 여성 고용률이 70.9%로, 처음으로 70%대로 올라섰다.
20년 전인 2004년 여성 고용률은 20대 59.3%에서 30대 53.1%로 꺾였다가 40대에 62.9%로 다시 높아지는 M 커브 형태가 뚜렸했다. 하지만 비혼(非婚)주의가 확산하고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30대 여자 고용률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대 들어서는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일하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각종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30대 여성 고용률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 고용률 그래프가 남성처럼 완만한 ‘역(逆)U자 형’에 수렴해가고 있다”며 “일과 가정 문제가 충돌하면 여성이 가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깨진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