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24 국민행복 IT 경진대회 본선에 참가한 고령 응시자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4년제 대학 공대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대기업에서 기술직으로 일한 김모(65)씨는 2년 전 한 터널관리업체에 취직해 터널 내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다. 5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펜션 사업을 준비했지만, 종잣돈이 부족해서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꿈꿔왔던 펜션 사업을 하기 위해 블로그 등을 뒤지며 창업 준비를 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50대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 1위로 올라설 정도로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학력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IT 중견기업 대표는 “10~20년 전만 해도 회사에서 환갑을 넘기고 일하시는 분들은 청소나 경비 업무를 맡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학사는 물론이고 대학원 출신 기술직이 대세”라고 했다.

지금의 60대는 10~20년 이전 세대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고 IT 기기를 손쉽게 다룰 줄 안다. 이들은 PC통신이 본격화된 1990년대와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2000년대에 30·40대 직장 생활을 했다. 이 때문에 전산 업무가 기본이 된 최근 직장 문화에서 후배 세대들에게 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고령자 취업을 장려하는 정책도 효과를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부터 60세 이상 근로자 1명당 최대 3년간 1080만원의 장려금을 주는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학력 시니어를 채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이 장려금을 받은 기업이 1867곳이었다.

보건사회연구원·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전문대졸·대졸 등 포함)은 38.2%로 첫 조사 당시인 2008년(17.2%)의 2.2배가 됐다. 65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6.7%로 3년 전에 비해 20.2%포인트, 컴퓨터(태블릿PC 포함) 보유율은 20.6%로 7.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명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정모(73)씨는 “커피숍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데, 젊은 직원이 도움을 주겠다고 찾아와서 ‘괜찮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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