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에서 딜러들이 개표 상황을 주시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6일 점심을 먹다 회사의 ‘복귀 호출’을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쯤만 해도 전날보다 0.5%쯤 올랐던 주가가 정오쯤부터 내리꽂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시점 여의도 식당가 TV에선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우세하다’는 외신 보도가 중계되고 있었다. A씨는 “오전까지는 해리스 우세론에 주가 상승과 원화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았는데 정오쯤 이런 흐름이 확 꺾였다”며 “배터리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세가 컸다”고 했다. 이날 코스피는 0.52% 내린 2563.51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107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에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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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주 급락, 방산주 급등

트럼프 트레이드는 극명하게 업종별 주가 흐름을 갈랐다. 트럼프가 이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되돌리면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 기업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7.02%,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4.64%, 삼성SDI는 5.98% 급락했다.

반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각국의 무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에 방산기업 주가는 크게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은 각각 7.04%, 3.11% 상승했다.

각국 주식시장도 트럼프 재집권의 수혜 영향권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움직였다. 엔저로 수출 기업들이 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에 일본 닛케이평균은 2.6% 올랐다. 반면 미·중 갈등 격화 우려로 홍콩항셍지수는 2% 이상 떨어졌다. 미국 주식은 큰 폭의 상승세를 예고했다. 이날 다우, 나스닥, S&P500 선물 가격은 2% 안팎 올랐다. 특히 미국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선물은 5% 이상 치솟았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으로 미국 국내 사업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이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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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1400원 돌파한 원화 환율

외환 시장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74원으로 개장해 슬슬 오르더니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7.6원이나 상승한 1396.2원을 기록했다. 연중 최고이자,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원화 약세). 이날 저녁에는 1400원을 넘었다.

이는 트럼프가 입으로는 달러 약세를 외치지만, 투자자들은 그가 백악관 주인이 되면 강달러(원화 약세)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감세, 재정 확대 정책으로 생기는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할 텐데,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외환 딜러는 “박빙 선거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틀리고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이 상·하원까지 장악할 것으로 보여 시장이 더 강하게 반응했다”고 했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7월 이후 처음으로 이날 105를 넘어서 4개월여 만에 달러 가치가 가장 높았다.

그래픽=이철원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

대표적인 가상 자산인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도 ‘트럼프 트레이드’ 성향을 확실히 보여줬다. ‘가상 자산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집권으로 비트코인 등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개표가 한창이던 6일 낮 12시쯤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 7만4000달러를 넘었고,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오후 4시쯤엔 7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3월 13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7만3800달러)를 단숨에 깼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박빙 우세가 점쳐지던 지난 4일엔 6만6000달러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은 개당 1억원을 다시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