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 금리를 내렸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9년 이후 15년 만으로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어렵게 본 것이다.

28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현재 연 3.25% 수준인 기준 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데 이어 연달아 인하에 나선 것이다. 그간 한은이 두 차례 이상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1년 닷컴 버블 사태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뿐이었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등 강달러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더 내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26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83%가 동결을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깜짝 인하’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 경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지난 3분기 수출마저 전 분기 대비 0.4% 뒷걸음쳐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를 기록하는 등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함께 발표하며 내년 경제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에 못미칠 것으로 본 것이다. 1981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미만을 기록한 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0.7%)과 2023년(1.4%)로 네 번 뿐이었다.